팔차선 도로를 이탈하였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100-13 동굴속 쑥더미가 가재 걸음으로 다가 오고 있다 동굴속 쑥더미가 가재 걸음으로 다가 오고 있다 처음으로 사차선 도로를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만의 공간인 자작나무숲도 빨갛게 타오르는 상상을 해보았다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된 개운함이 하얀스루스를 입은 것처럼 부드럽게 만져 주는 듯 하였다 알아챘을까 쑥더미가 엉금 엉금 기어 나에게로 향한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마늘과 쑥더미만 바라보다가 한쪽 눈이 잠시 길을 잃어버렸을 때 쑥더미는 엉금거린다 마치 본인을 바라보라는 듯 아직 세상은 환하다고 알려 주는 것 같았다 탈출한 팔차선 도로속의 수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열심히 걷겠지 꼭대기를 향하여 하지만 꼭대기엔 텅빈 하늘이라는 것을 알면 얼마나 기가찰까 내 알바는 아니다 난 이미 팔차선 도로를 탈출하여 나만의 동굴에서 지낸지 벌써 365일 지나고.. 더보기 100-12 오동나무관 사이로 흘러나오는 바람이 사연이 되었다 오동나무관 사이로 흘러 나오는 바람이 사연이 되었다갑작스럽게 시아버님을 떠나 보내고 장지에서 돌아와 아버님댁에 모인 5남매, 잠시 떠난 꿈속에 찾아와 나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 누구일까 누군가 나를 급하게 깨우고 있었다 천천히 춤을 추는 두팔과 움직여 보는 두다리 10개의 다리를 다 피지 못할만큼 좁은 방에선 팔과 팔이 대각선으로 만나고 두다리가 직선으로 도형을 그리고 있었다 눈만 꿈뻑이다 정신을 차린 영숙은 오동나무관 사이로 탈출하여 애처럽게 바라보는 시선과 마추치고선 그 때서야 투닥 투닥 거리는 팔과 다리를 진정시키고 모두는 동서남북으로 각자의 길을 갔다 그렇게 영숙의 한 팔이 영원히 잘려 나갔다 뱃속의 아이는 꾸물거리며 영숙을 응원한다"엄마 힘내"라고 하면서 함께였지만 단 한 번도 함께인적이 없는 .. 더보기 100-11 전화벨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군상들 전화벨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군상들하루종일 사지가 절단 되고 정신은 지옥불에 방황하다 돌아와 철제침상과 한몸이 되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깜깜한 천정을 바라 보고 공기반 신음반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파집고 들어오는 벨소리, 아비의 폭행이 시작 되었나 그래서 나를 호출하나 경직 되어 오는 사지를 뒤로 하고 빠른 속도로 벨소리를 잠재우자 들려 오는 소리 "영숙아 다음달에 영자 올라간다 니가 좀 데리고 있어라" 자유를 얻은지 아니 탈출한지 이제 겨우 6개월이 넘어 가는데 또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동생들은 변했을까 " 야 이년아 엄마가 나갔다 돌아오면 신발 정리도 하고 밥도 해놓아야지 이년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네" 어미의 외출 후에도 어김 없이 영숙의 머리카락은 줄어 드렀고 5남매나 되는 동생.. 더보기 100-10 한 코씩 준비하는 갑옷 한 코씩 준비하는 갑옷어쩌면 의도적인 회식. 찢어진 파편을 연결하여 한 손엔 뽀족구두를 들고 다른 한 쪽엔 빨강가방을 들고서 도착한 자작나무숲. 긴 호흡을 하는 영숙앞에 은사시나무가 손 짓한다 영숙은 순한양이 되어 한 걸음 다가간다 "염병하네 가시네야 너 부르조아냐 음료수를 왜 남겨 이년아" 연극반 선배의 목소리가 다방안에 가득하다 그도 그럴것이 영숙은 대학을 가기전에 라면 하 나 음료수 한 병 사먹지 않았다 아비의 폭행 속에서도 어미는 늘 화롯불에 도너츠를 만들어 먹였고 라면을 먹으면 자식들이 죽는 줄 알고 불량식품이라는 가스라이팅으로 불량식품은 입에 대지 않았다 하물며 콜라는 어떻겠는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교내 예술제에 연극을 기획하고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면서 끼를 발산했던 영숙은 당연히 연극동아리.. 더보기 100-9 애잔한 한 걸음 1. 애잔한 한 걸음어느 날이었다밖은 염화구리를 깔아 놓은 듯 짙푸른색이다어디선가 황금빛 나비가 가슴팍을 뒤집고 날아든다주위엔 빨간 상사화가 만개 하여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보일 듯 말 듯 발 끝에 묻혀온 그리움은 심장 끝자락에 살포시 주저 앉는다 계곡 너머 숨어 있던 맨들한 돌멩이의 숨겨 놓은 사연일까내려 앉은 그리움이 뜨겁다다솜 다솜 안아줘야지혹여 눈물샘 터지면 가만히 눈도 감아주자 달그림자 따라 흔들리는 뒷걸음일지라도당신과 동행하리라 걷다가 맨들한 돌맹이 만나면 주머니속 깊이 숨겨져 있던손 살며시 내밀어 따뜻한 온기 전하리라 눈 앞에 푸른벌판 끝없이 펼쳐지는 세상을 만나면나미련 없이 발끝 먼지 털어내고 먼저 가 기다리는 내사랑 품에 안기리라뜨겁던 밤 그 날처럼.2. 맹세/박지수너의 걸음이 져며 져며.. 더보기 100-8 술 한 잔에 철저히 왕따를 당했다 술 한 잔에 철저히 왕따를 당했다 그렇게 난 모든 회식에 철저히 술을 거절 하였고 그 뒤로 사무실의 사무장은 눈에 보이게 날 왕따를 시켰다 하지만 난 왕따의 상황에서도 말하지 못했다 왜 나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냐고 따지지도 못했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경험한 아비의 폭행이 사회로까지 이어진 듯 하였다 나의 선임은 근무시간엔 술과 함께 그리고 6시 이후엔 업무를 난 누구에게도 일을 배울 수 없었다 그런 나를 불쌍히 바라봐 주는 건 오로지 내 곁에 숨겨둔 뽀족 구두뿐이다 눈물을 감추는 나를 툭 툭 친다 그러면서 하는 말 "걱정마 조금만 참아 그 곳으로 가자 내가 거기서 많이 사랑해줄께" 무슨말일까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나 몰래 뽀족구두 혼자서 다녀온 곳이 있을까 머릿속에서 그 달콤한 속삭임이 떠나지 않는다 오늘.. 더보기 100-7 누더기가 된 원피스 사이에 드러난 속살 누더기가 되어 버린 원피스 사이로 드러난 속살모두가 떠난 시멘트 바닥엔 산소와 질소가 만나고 이산화탄소가 곁을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라고 말할 수도 없는 어디쯤에 발랄하게 벗어 놓은 빨간 구도를 찾아서 보이지 않는 두 눈을 치켜 세우고 괜시리 옆을 지나는 이산화탄소에게 짜증을 낸다 넌 뭐야 나에게 네가 필요한거야 그렇게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이 빨간 구두를 손에 넣고서야 직립 보행을 시작한다 다시 아침에 만났던 횡단보도앞이다 백발이 무성한 노인은 날 경이롭게 바라본다 " 색시 신발색이 곱소" 내려다 보는 신발코와 눈이 마주쳤다 네 발로 기어 다니며 빨갛게 색칠한 두 눈도 다시 직립 보행한 나의 모습도 다 보았을 신발에게서 떠난 눈은 하늘을 바라본다 나와 상관없이 눈꺼플 사이로 쭈삣 쭈삣 들어오는 .. 더보기 100-6 네모난 상자안으로 요물은 파고 들었다 네모난 상자안으로 요물은 파고 들었다온몸이 총을 맞아 갈갈이 찢어져 파편으로 나뒹글고 있었다 문 밖에서 들리는 발자욱 소리는 누구일까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자작나무숲이 뚫려버린 것일까 하루종일 전라도여자도 아닌 그렇다고 경기도 여자도 아닌 그저 영혼 없이 서 있었던 시간들에게서 벗어나 이제야 겨우 추영숙의 세글자 중 추 자를 꺼내 비에 젖은 촉을 하나씩 말리기 시작했는데 누구일까 누구에게 침범 당한 것일까 마지막 인사를 전하지 못한 그사람일까 어느새 문틈 사이로 슬금 슬금 들어 오는 그사람의 냄새 눈꺼플 사이를 유영하는 요물이 웃고 있다 넌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라고 히히덕 거린다 왜 하필 나인가 난 너에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내인생의 불청객이 되어 버린 요물은 이제 떠날 생각이 없나 보.. 더보기 이전 1 ··· 9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