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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차선 도로를 이탈하였다

100-7 누더기가 된 원피스 사이에 드러난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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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가 되어 버린 원피스 사이로 드러난 속살

모두가 떠난 시멘트 바닥엔 산소와 질소가 만나고 이산화탄소가 곁을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라고 말할 수도 없는 어디쯤에 발랄하게 벗어 놓은 빨간 구도를 찾아서 보이지 않는 두 눈을 치켜 세우고 괜시리 옆을 지나는 이산화탄소에게 짜증을 낸다 넌 뭐야 나에게 네가 필요한거야 그렇게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이 빨간 구두를 손에 넣고서야 직립 보행을 시작한다 다시 아침에 만났던 횡단보도앞이다 백발이 무성한 노인은 날 경이롭게 바라본다 " 색시 신발색이 곱소" 내려다 보는 신발코와 눈이 마주쳤다  네 발로 기어 다니며 빨갛게 색칠한 두 눈도 다시 직립 보행한 나의 모습도 다 보았을 신발에게서 떠난 눈은 하늘을 바라본다 나와 상관없이 눈꺼플 사이로 쭈삣 쭈삣 들어오는 은사시나무 " 영숙아 오늘 옷맞추러 가자 " 6남매 큰딸로 태어난 영숙은 어미에게 무조건적인 순종을 하였다 그 흔한 기성복을 입어 보지도 사보지도 못하고 어미가 정해준 대로 옷을 입었다 누군가는 그만큼 큰 사랑을 받고 살았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만큼 영숙은 세상을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흑백의 색깔도 무지개빛 색깔도 영숙의 색깔로 만들어  해석하여 어쩌면 주변의 환경과 동화 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런 영숙이 어느날 오빠의 구애를 던져 버리고 대학을 가고 또 거기서  많은 사람들의 구애를 받았으나 늘 영숙은 무신경 하였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십 수 년이 지난 지금도 영숙은 대학 시절 자신의 행위를 이해할 수 가 없다 최면술이라도 걸어서 알아봐야 하나 그렇게 어미의 장난감이 되어 없는 머리숱에 댕기머리를 하고 통치마 한복을 입고 찬란한 투피스를 입고서 교정을 휘집고 다녔다 그런 영숙에게 그사람은 무조건적인 사랑 그 자체였다  난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고 자란 것 같다  그사람을 거부하며 약속장소에 가지 않은 나를 눈 앞이 보이지 않게 내리는 비오는 날, 4시간을 기다린 그에게 미안함도 고마움도 없었다 그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은 나를 지나치고 있었다 은사시나무에 자국도 남기지 않고 그는 정말 수의를 입는 순간까지 날 사랑할까 눈꺼플 사이의 요물이 조롱하 듯 날 노려본다

대리석 건너편에 나타난 운명

" 영숙아 선 좀 보자 엄마 친구가 소개하는 사람인데 공기업 다니고 연대 나오고 둘째란다" 난 그 때 같은과 복학생과 뜨거운 연애 중이었다 사랑에 개념이 없었던 나는 선을 보러 나갔다 엄마는 한복을 입고 상대는 엄마가 아닌 아버지가 나왔다 운명적인 만남 글쎄 모르겠다 그사람을 처음 본 순간 어디선가 본 듯한 편안함이 내 몸을 감쌌다 부모들은 빠지고 둘이서 차를 한 잔 하고 거리로 나와 나를 택시를 태워 보내며 그가 하는 말 "택시 번호 적어 났으니 걱정말고 들어가요" 수 없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의 구애를 받은 나였지만 그 한마디에 영숙의 세상은 그가 되어 버렸다.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과 선배는 비가 오던 가을날 전봇대 아래서 헤어지고  자살 소동까지 그럼에도 난 오직 그사람뿐이었다 갑자기 온 몸에 한기가 차 오른다 빨간구두는 이미 진흙더미를 지나 깊은 늪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어쩌나 살려달라고 소리쳐 보지만 주변엔 아무도 없다 온 몸이 허수아비처럼 늘어져 더 이상 호흡마저 허덕 거릴때 손톱만한 달님이 내려와 손을 잡는다 가자 아이야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달콤한 목소리에 빠져 발끝에 힘이 들어온다 눈꺼플 사이 요물도 이번에 모른체 눈을 감아준다 돌아가야한다고 고백하는 나를 토닥여 주며 손톱달님은 철제 위로 나를 몰아 넣는다 포근한 이불도 함께 동행 하는 밤 세상에 감미로운 노래가 있다면 달님의 속삭임이 아닐까 난 분명 늪속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자작나무숲은 어찌 열었을까 비밀번호는 아무도 모르는데 아주 조그만 해서 문틈 사이로 들어 왔을까  누워 있는 내 옆자리에서 달님이 속삭인다 사랑하는 아이야 걱정마 내가 널 지켜줄거야 걱정마 하며 흰연기를 타고 슬며시 사라지는 손톱달님 

 노을과 함께 시작된 넝마

"어이 영숙씨 오늘 여직원끼리 술 한잔하게 퇴근하지마" 눈 앞이 깜깜하다 오늘 모임을 주선한 직원은 우리 사무실 왕고참여사님이며 동네 마이크로도 자자하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는 우장을 입고서 회식 자리로 가 앉았다 파도타기가 시작 되었고 난 일단 조건을 걸었다 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비밀에 붙인다 모두 그러겠다고 했다 넘실대는 파도를 두 번 타고 난 모래사장에 넉다운 되버렸다 천근 만근 눈꺼플 사이로 모닥불이 타오른다 형은 나에게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과원들의 시선을 피해 사랑한다고 고백 하였다 난 그냥 싫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끈질긴 구애 끝에 만나긴 했지만 사랑이 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얼마나 누워 있었을까 사무실의 남자직원 둘이 모닥불 앞으로 왔고 모래사장에 누워 있는 나는 전라의 상태로 들켜 버리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비밀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은 빗물과 함께 쓸려 내려가 버리고  나의 모래사장 사건은  온 동네의 가십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 후로는 어떤 경우에도 술은 입에 대지 않았다

니가 뭔데 술은 안마시고 기분 나쁘게 쳐다보고 있냐고!

그리고 나의 사차선은 길가장자리도 아닌 돌무덤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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