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군상들
하루종일 사지가 절단 되고 정신은 지옥불에 방황하다 돌아와 철제침상과 한몸이 되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깜깜한 천정을 바라 보고 공기반 신음반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파집고 들어오는 벨소리, 아비의 폭행이 시작 되었나 그래서 나를 호출하나 경직 되어 오는 사지를 뒤로 하고 빠른 속도로 벨소리를 잠재우자 들려 오는 소리 "영숙아 다음달에 영자 올라간다 니가 좀 데리고 있어라" 자유를 얻은지 아니 탈출한지 이제 겨우 6개월이 넘어 가는데 또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동생들은 변했을까 " 야 이년아 엄마가 나갔다 돌아오면 신발 정리도 하고 밥도 해놓아야지 이년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네" 어미의 외출 후에도 어김 없이 영숙의 머리카락은 줄어 드렀고 5남매나 되는 동생은 그런 나에게 미안한 마음은 없었다 당연히 어미에게 맞아야 할 사람 아비에게 폭행을 당해야 하는 사람 그런 동생들 중 하나가 철제 침대를 같이 쓰기 위해 온다고 한다 영숙은 아무말도 못하고 알았어 하고 죄없는 전화기를 던져 버린다 앞자리의 마늘 무더기가 슬며시 자리를 옮긴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움직이지 않는 사지를 조금씩 움직여 마늘 무더기를 따라가본다 가다가 갑자기 멈춰버리는 마늘 무더기가 나의 소곤댐을 들어 버렸나 보다 다시 철제 침대위 영숙의 머릿속은 다시 엉켜 버렸다
다시 시작 되는 가스라이팅
주말마다 올라오는 아비와 어미, 자가용 트렁크에는 김치며 쌀 등이 가득 들어 있다 사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직장을 다니는 속 좁은 여자가 얼마나 먹겠는가 주말마다 가져오는 음식은 처치 곤란이었지만 가져 오지 말란 소리는 못했다 올라 오는 차 안에서도 싸움은 계속 되었고 모든 이야기는 나의 심장에 박혔다 아침이라고 명명되는 시간이 다가오자 운동화를 소환하고 가방도 메고 그리고 원피스 대신 청바지를 입고 나갔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장군처럼 "우리 차영숙씨는 업무한지 얼마나 되었죠" " 6개월정도 되었습니다, 신규 발령 받았구요" "그런데 일을 아주 잘했네요 상 하나 상신하려고 해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발 한 짝도 아는 이가 없는 타향땅에서의 첫 쾌거였다 하지만 사무장은 그 순간부터 뱀눈이 되어 버렸다 내가 미웠던 사무장은 초과근무 일지를 쓰고 무조건 수당을 주던 관행 대신 나에겐 기본적으로 주는 수당 마저 주지 않아서 감사에 걸린 것이다 짜리몽땅 배불떼기 잘 되버렸다 사무장의 요청은 단 한가지 술자리 회식에서 나도 본인처럼 취해서 흐트러지기를 바라지만 영숙은 그럴 수가 없었다 술도 받지 않는 체질이었지만 오늘 저녁엔 친구지만 내일 아침엔 적이 되는 조직의 생태를 알기엔 영숙은 철저한 직립 보행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조직의 분위기에 적응해 갔다 전투복을 입은 장군의 모습으로 내 몸 하나 겨우 눕히는 철제 침대를 더 넓은 것으로 바꿔야 하나 점심시간이 지난 후 영숙의 머릿속은 온통 다음달이면 올라온다는 동생과의 생활이다. 빨래는 할까, 아침엔 깨우지 않아도 잘 일어날까 모든 것이 나의 희망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다섯동생들과의 동거는 내가 결혼 해서도 계속 되었다 하나가 내려가면 하나가 올라 오고 밥은 당연히 나의 담당이었고 벗어 놓은 팬티까지 내 손을 거쳐 갔다 하지만 다섯 중 어느 하나도 미안한 마음은 없다 당연히 어미와 아비의 폭행 상대였던 것 처럼 난 본인들의 뒷처리 담당이었다 10여년의 결혼 생활 중 단 하루도 단 둘이 있었던 적이 없었던 남편은 한 번도 불만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을까 난 남편에게까지 시간을 나눌 여유가 없었다 한 치의 여유도 없는 사무실에서의 전투가 늘 영숙의 목을 죄고 있었다
나이 팔십의 시아버지는 당신의 관을 짜다 돌아가셨다
임신 6개월의 몸을 뒤뚱거리며 출근하여 막 책상을 열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업무 시작도 안했는데 누굴까 남편의 목소리 아버님이 아침에 시장에서 쓰러지셔서 아주대학병원 응급실에 계신다는 것이었다 나의 정신은 북극성을 향하여 출발해 버리고 두 손은 마주 보다 외면 하기를 반복하여 병원에 도착 하였다 손위의 형님은 아직이다 아침 8시30분에 연락을 받고 병원에 오니 8시50분 오전이 다가고 오후 1시가 되어서야 형님이 도착하였다 머리에는 무스를 바르고 무스탕을 걸치고 한가로운 여유를 부리며 들어선다 아버님은 심장에 인공 주사를 한 대 맞고 당신이 세상에 뿌린 열매를 기다리고 계시다 서울의 시누이가 도착 하고 나와 남편은 잠시 지하식당으로 내려간 사이 나를 무척이나 예뻐 하셨던 아버님은 세상을 등지고 편하고 안락한 세상으로 가셨다 내가 김치라도 담가가고 쌀이라도 팔아 드리면 뒤적거리시며 내놓으시는 울릉도 오징어와 울릉도에서만 나온다는 나물 " 니만 묵어라 남 주지 말고""네 아버님" 큰며느리를 보신지 한참 되었는데도 생일상 한 번 받아 보지 못하셨다는 아버님을 결혼 첫 해에 우리집으로 모시고 미역국을 끓여서 아침 생일을 함께 지내고 퇴근 하실때까지 집에서 편하게 계시라 했더니 긴장 하셨을까 목욕탕 바닥에 통을 싸셔서 아마 신랑이 일찍 와서 치우고 본가로 모셨던 일이 생각이 난다 그렇게 9남매 막내아들로 태어 났지만 한일합방과 전쟁으로 홀홀단신 고아가 되어 한 많은 세상을 사셨던 시대의 표상이셨던 아버지는 떠나셨다 노란 방바닥 밑으로 슬름 슬름 기어다닌다 무엇일까 이젠 보폭이 조금 커져 걷는다 몸이 무거운 난 도망도 가지 못하고 입밖으로 나온 혀가 들어가지 않아 소리마저 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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