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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차선 도로를 이탈하였다

100-4 눈 앞의 쑥더미가 씰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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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쑥더미가 씰룩거린다

이 쪽 저 쪽으로 날개를 달고 날아가 버린 빨간 구두도 한 잔 와인에 취해 버렸나 보다
몸의 이 것 저 것을 감추기 바쁜 원피스 조각들은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나의 사차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수많은 손가락들은 두 손을 들어 합장을 해주었지만 정작 영숙의 몸은 염증이 늘어나고 있었다
아침 햇살에 노란 개나리가 활짝  웃듯이 썩어가는 잇몸을 감추고 웃음을 파는 여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가늘게 들어오는 햇살에 춤을 추는 쑥더미.
누가 들어왔을까 씰룩거리다 갑자기 일어서서 규칙 없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불안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던 쑥더미가 왜 갑자기 그것도 무작위의 칼춤을 시작하는 것일까
어두운 동굴 속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나의 자리는 동굴의 끄트머리에 간신히 엉덩이 반쪽을 붙이고 있을 뿐이다
춤사위 속에서 손 짓하는 인연들
아비는 여전히 어미를 폭행 중이며 가운데 선에 선 영숙은 알 수 없는 소리로 울부짖고 있다
아마 그 소리는 아비를 향한 것이었을 것이다
짧은 치마를 입고 여자는 씰룩거리며 찻잔을 나르고 있다
구석진 곳에 아비는 입술을 위로 치켜세우고 있다
곧이어 어리숙해 보이는 진한 화장을 한 여인이 아비 앞에 앉는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영숙이 아비앞에 섰다 
갈길을 모르고 방황하는 아비의 눈동자, 그렇게 아비는 집으로 돌아왔고
그날의 폭행의 대상은 영숙이가 되었다

춤추던 쑥더미가 얌전한 새색시가 되었다

갑자기 쑥더미가 막 시집온 새색시가 되어 버렸다
누구일까 누가 쑥더미를 조종하고 있나 보다
아침이다 원피를 꺼내 입고  얼굴엔 몇 겹의 덧칠을 하고 쓰러져 자는 빨간 구두를 깨워
다시 사 차선 도로 앞에 섰다 하늘 끝에서 초록비가 내린다
노란 우산을 들어야 하나 빨간 우산을 들어야 하나 고민 끝에 노란 우산을 들고 횡단보도 앞에 섰다
옆자리의 남자는 검은색 잠바를 입고서 우산을 쓰지 않고 맨머리로  초록비를 맞고 있다
남자의 옆으로 삐죽 삐죽 가려다 멈칫 두 발이 두근거린다
오지랖이 다시 시작 되었다 잠깐 쑥더미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여자를 향해 날아오는 돌을 영숙은 맨몸으로 막아선다
영숙의 머리엔 어김없이 돌이 박혀 버렸고 영숙은 천장을 향해서 얌전히 누워 있다
갑자기 주위가 시끄럽다 아~하 또 오지랖이 문제구나
영숙은 그렇게 아무 상관도 없는 누군가를 위해서 오지랖을 부린 덕분에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묻혀버렸다
춤추는 쑥더미를 바라보며 삐죽 거리며 가재처럼 움직이던 영숙은 머뭇거리다 주저 앉아 버렸다
쑥더미가 영숙을 바라보며 멈칫한다 알아챘나 보다 영숙의 속마음을 들켰을까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두 눈을 꼭 감고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책강대학#백일백장#팔차선 도로에서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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