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에 흔들리던 미소는 끝내 붉은칼을 물고 말았다
아침의 혼란스런 터널을 지나 사무실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누구를 만날까 누구의 손을 잡아줘야 하나 고질, 악성민원이라 하지만 난 그들을 바라보며 아프고 시리다 왜 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들에게 가는 마음이 무엇인지 어찌 되었든 난 다들 악성이라 칭하는 그들의 대모쯤 되나 보다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리다가도 내가 다가가면 고개를 숙이고 "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밥을 못먹었어요" 데리고 지하식당을 내려간다 식사가 끝난 시간이라 식당의 선생님들도 모두 쉬는 시간이다 고개를 한열번 쯤 숙이고 죄송해요 밥 한 술만 주세요 하면 "아유 내가 주사님 때문에 못살아 알았어요 이번 한번이예요" 하시며 따뜻한 사랑을 주신다 맞은 편에 앉아 허겁 지겁 먹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맺히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들은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사람의 정이 고픈 것이다 안아 줄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는 백 번 천 번을 안아 주고 있다 잘먹었다며 긴 호흡을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누나 미소를 보낸다 " 인제 올라가게 다음에 배고프면 와 "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품에 안고 나면 어느새 해는 중턱에 앉아 저녁이불을 준비한다 " 차주사 이리 좀 오세요" 과장님 호출이다 무슨일일까 퇴근 시간 다 되었는데 " 네 과장님. 이번에 남아줘서 고마워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주사 아니면 저런 민원을 누가 감당 하겠는가" 기분이 상한다 저런 민원이 아니라 사랑으로 안아주면 되는 것인데 그저 하는 말 들어 주고 가만히 손 잡아 주면 되는것인데 그것이 어려운가 " 네 과장님 " 어차피 내가 이곳을 옮겨도 그들이 옆으로 치워 놓고 상대 하기 싫은 사람들이 오면 나의 근무지를 알려주고 내가 있는 곳으로 보낸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그렇게 이야기 하는 과장님이 안쓰러울뿐이다 배불리 밥 먹여서 보냈다고 하자 과장은 어떻게 같이 앉아서 밥을 먹냐고 놀랜다 무섭지 않아 " 아니요 얼마니 착한데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대화는 그렇게 30분이상 계속 되고 결론은 계속 있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다 사실 본인한테 가는 민원을 중간에서 처리해 주니 과장의 편함을 위해 난 붙잡아 두는 것이다 그런줄 알면서 돌아서는 발길이 비열하다 승진시기에는 뭔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동물이 아닌 인간세상이기에 그러겠지 와인이라도 과일상자라도 백화점 상품권이라도 바치는 사람이 먼저겠지 그렇게는 살지 않겠다고 처음 사차선 도로에 서던 날 다짐 했다 술 한 잔에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던 혹한의 시절도 난 버텨냈다 이쯤이야 뭐 좀 늦더라도 하겠지 네모난 서랍의 구멍에 쇳덩어리를 쑤셔 박고 다시 2탄을 위해 달린다 사랑하는 딸은 오늘은 무슨일이 있었을까 아들은 잘 지내고 있겠지 집으로 행하는 토끼떼가 예쁜 하늘이다
한바탕 해일이 지나간 바닷가
예쁜여인이 잃어버린 귀걸이 한 쪽
사랑하는 이가 진한 고백을 하며 끼어 주었던 반짝이는 금빛 반지
언젠가는 잃어버린 추억을 찾으러 오겠지
그때까지 잘 있을까 혹여 멀리 달아나는 썰물과 함께 기버리지 않을까
두근거리는 밤.
또다시 밀려오는 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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