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나 통장 하나 만들어야 하는데 같이 가주면 안돼
" 누나 나 왔어 " 전신이 문신이며 1년 365일 중 360일을 교도소에 있는 그가 출소하여 맨 처음 찾아온 사람은 나다 " 그래 언제 나왔어" " 오늘 새벽에" " 밥은 먹었니" " 아니" " 그래 나가자 국밥 한 그릇 사줄께" 전과범인 그와의 인연은 내가 동에서 근무할 때 시작 되었다 발령 받은지 7일도 되지 않았던 때 출근 하자 마자 술에 쩌든 한 남자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근무한 직원은 먼 산을 바라 보고 보다 못한 내가 상담을 시도 하였다 그리고 밥 한 그릇 사서 먹이고 출소자들이 할 수 있는 복지 혜택을 안내해 주고 그렇게 시작 된 인연이 벌써 6년째다 내가 어디를 가던지 귀신처럼 찾아온다 하지만 그가 밉거나 싫지만은 않았다 9남매의 형재들 중 막내 형제들도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겠는가 광주에 산다는 누나둘은 인연을 끊은지 좀 돤 것 같다 그런 그가 갑자기 통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아니 넌 통자 만들줄 몰라 신분증 가지고 은행가서 그냐 만들면 돼" " 누나 나 한 번도 은행 안가봤어" " 그래 가자" 아무리 동생처럼 대해준다 헤도 상대는 전과 40범이다 언제 어떻게 돌변할 줄 몰라 관용타고 관내 은행으로 갔다 설마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한글도 겨우 쓰는 정도 문해력 0점 -아하 그렇구나 이런 인생이었구나 왜 화가 많고 왜 자꾸 폭력을 행사하여 감옥에 가는 줄 알겠다- 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고 모르니 자꾸 상대에게 사기를 당하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안아주니 의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모두가 본인을 보면 피해 다니는 공무원이 말이다 통장을 만들고 오는 길에 "연상아 너 혹사 결혼 생각은 없어 너 건강하니까 노가다라도 해서 돈 벌면 되고 그리고 집은 나라에서 영구임대 아파트 주니까 요즘 국제 결혼 많이 하잖아 너 닮은 예쁜 아이 낳고 살면 어때 " 누나 나만 이렇게 살다 갈라네 내가 결혼 해서 다른 사람 인생까지 망하게 하면 안되잖아" " 아니 너가 성실하게 마음 잡고 살면 되지" " 아니야 누나 내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나도 몰라 누나처럼 나를 잡아주는 여잘 만날 수 있을까" 가슴 한 켠이 무너져 내린다 사회가 조금만 잡아주면 되는데 사무실에 오면서 용기가 없어 술 한 잔 마시고 와도 따뜻하게 물 한 컵 주고 손 한 번 잡아주면 되는데 사실은 그런 따뜻한 정을 주라고 하는 것인데 우린 사회복지를 하겠다고 선서를 하고 봉사가 아닌 월급을 받으면서 하는 짓거리인데도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해진 굴레에서만 일을 하려고 한다 이건 아닌데 " 그래 연상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어디로 갈거야" " 응 누나 아는 형한테 간다고 연락 했어 " " 사고 치지 말고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알았지 전화해" 그렇게 차에서 내려 가는 그가 불쌍하다 커다란 해일이 가슴위를 덮친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자랐다면 저 얼굴에 저 등치에 무엇을 못할까 출소자들을 감당할 수 있는 국가는 없는 것인가 " 주사님 과장님이 부르세요" 사무실로 들어오니 과장남 호출이다 " 차주사님 고생했어요 그런데 위험 하니까 너무 가까이는 지내지 마요" " 과장님 위험 하지 않아요 착한사람입니다" " 세상에 착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조심해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과장은 나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것일까 아님 만약 내가 사고를 당할 경우 본인이 당할 불이익을 계산하는 것일까 더 이상의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 알겠다는 한 마디로 자리로 돌아 왔다 웃기는 세상이다 본인은 민원이 무서워 단 한 번도 상담을 하지 않고 나에게 맡긴 사람이 나를 걱정 하다니 그럼 과장 본인이 상대하면 되지 않은가 위에서 계곡에서 흐르는 물은 흐르면서 만나는 모든 물들을 거절 하지 않고 품고 내려 간다 목적지엔 바다에 도착 할 때까지 내가 신께 받은 사명이 모두가 외면하는 자를 품는 것이라면 기꺼이 품어 안으리라 다짐한다 하늘은 높고 땅은 넓다 내가 걸어야 할 길이 좁디 좁은 오솔길일지라도 신발 벗어 던지지 않고 걸어가리라 다짐도 해본다 이 길엔 끝에 무엇이 기다릴까 궁금해 하지 말자 그저 걸을뿐이다 나에게 신발을 신을 힘이 있고 나에게 당신을 품어 안을 수 있는 품이 남아 있는한 -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과장의 입술이 밉다 그럼 당신이 가까이 지낼 것인가 아님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것인가- 처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인맥도 학연도 아무것도 없는 내가 도청 소재지에 발령을 받아 놀랬는데 내가 차석을 해서 그나마 성적순으로 발령을 내던 지자체여서 그랬던 것이다 얼마나 설레였던가 덜컹대는 소 달구지에 의지해서 몸을 실어 날으다 어느날 내 앞에 사차선 도로가 펼쳐 졌으니 그리고 겪었던 수 많은 일들 하지만 지금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한 발씩 걸어간다 후회하지 않게 살아야겠지 " 엄마 언제 와" " 금방 갈께" 돌봐주는 보모가 마음에 안드는지 자꾸만 전화를 한다 엄마 언제 오냐고 난 그떄부터 부산하다 이 것 저 것 정리를 하는 손 끝이 방황한다 갈 길을 잡지 못하고 나의 모든 것들을 잡아 먹을 수 있는 한 마디는 " 엄마 언제 와" 그래 난 엄마다 직장인이기전에 엄마 누나 이기전에 엄마 가장 힘든 업무 무슨 일이 생길 지 예상 하지 못하는 업무 그러나 죽는 순간까지 그 업무를 배제할 수 없다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안겨올까 두근거리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함께 작은 심장 안에서 치고 받고 다툰다 어서 가야지 시계는 6시를 가르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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