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녹색펜과의 전쟁이다
지독한 악연이 떠나고 돌아온 동장은 그야말로 돈키호테이다 날마다 그림놀이를 하면서 남자직원들을 잡아 놓고 여직원들은 1층에서 업무가 끝나도 퇴근을 못하고 동장의 그림놀이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난 다행히 큰아이를 친정엄마가 길러주고 있어서 부담이 없어 날마다 동장의 말도 안되는 기분을 맞추어 가며 야근을 하였으나 함께 근무하는 동료는 아직은 백일도 안된 아이가 있어 6시가 되기가 바쁘게 퇴근은 해야 했다 얼마나 비열한가 동장은 여직원이 빨리 퇴근 한다는 이유로 난데 없이 민원실로 업무를 분장하고야 말았다 하늘엔 회색빛 구름이 가득하고 땅에 악의 가운이 가득하다 왜 무엇 때문에 6시 이후는 자유가 아닌가 독재다 아니 돈키호테다 무조건적인 복종 이것이 공직인가 최소한 그 때는 그랬다 내가 일차선의 돌밭을 지나 사차선으로 막 진입했을 때에는 그랬다 복종하지 않으면 인사상의 불이익이 떨어지고 온갖 더러운 꼴을 당해야 했으니 더럽고 치사해서 복종하는 것이다 지친 몸은 다시 자작나무숲으로 몸을 숨긴다 하루 중 이 때가ㅡ가장 호흡이 안정적이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나만의 공간에 내가 좋아하는 벽지를 마음껏 바를 수 있으니까 " 좀 나가면 조용히 앉아있을라고 너 때문에 내가 ㅡ챙피해서 살 수가 없다 넌 엄마가 이야기 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버리냐" 가족들과의 나들이 뒤에는 항상 큰아들과의 마찰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질 없는 일인데 그 때는 그게 뭐라고 아이에게 어른을 요구했다 크면서 다 하는 일인데 " 왜 니 아들은 저렇게 말을 안듣다냐" 하는 어미의 말에 짜증이 나는 난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그 때 나의 생각의 중심이 아이였다면 어땠을까 가끔은 초록이 노랑으로 자연스럽게 변했을텐데
까칠한 초록이 부드러운 노랑으로 변하는 동안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까칠한 초록이 노랑으로 변하는 동안 겪었을 인내의 시간을 난 함꼐 하지 않았다 아비의 부재로 인하여 가족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나에게 했던 가스라이팅을 아들에게 똑같이 하는 어미-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어미에게 내가 쉬운 것 처럼 나의 아이들도 쉬었던 것이다 " 니네 아빠는 이번 주는 내려 오냐" " 니네 아빠는 돈은 주냐" 이제 초등학생인 아들이 무얼 알겠는가 엄마가 아빠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데 왜 무엇 때문에 할미가 그랬을까 가슴을 쥐어 뜯고 싶을만큼 한탄스럽다 타오르는 촛불은 회색빛 농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리움에 주소가 있다면 지금 이생에서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너에게 편지를 하고 싶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독한 뱃머리를 돌리고 싶다고 너에게 편지를 하고 싶다 초승달이 조금씩 채워져 간다 과야와 같은 벌판을 무엇으로 채워갈까 자작나무숲의 은사시나무가 꼬리춤을 춘다 살금 살금 가보야겠다 오늘밤은 은사시나무 품에 안겨 바라보는 동굴이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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