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차선에서 팔차선으로 도로는 바뀌고 있었다
늘 항상 때때로 오고 가던 사차선 도로가 밤새 내린 진눈깨비로 팔차선이 되어
나의 두 발을 엮어 놓는다 내가 이 길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두 발과 두 손을
몸뚱아리에서 분리하는 길 밖엔 없다
몸의 허리까지 속울음이 차고 넘치자 난 30년 넘게 다녔던 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둡침침한 동굴속
주위엔 마늘과 쑥더미가 뒹굴고 있다
돈으로부터 시작된 어미와 아비의 대화는 새벽녁까지 아비의 일방적인 폭행으로 이어진다
두 발이 어지럽게 흔들거리며 중재를 해보지만 13살의 어린아이도 아비의 폭행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한시즌의 육탄전이 끝나면 책가방을 들고 여고생이 된다
동굴안의 쑥냄새가 코를 찌른다
최루탄 가스를 뒤집어 쓰고 학교 뒷산으로 도망다니던 선배의 모습이 생각난다
최루탄 현장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은 내인생의 호기였을까
당당히 대학을 졸업 하고 영숙은 세 번의 임용고시에서 시원한 냉수를 마시고 우물안으로 칩거를 시작하였다
수 없이 따르던 군대를 뒤로 하고 네모난 탁자를 마주한 그가 영숙의 첫사랑이 되었다
등 뒤로 액체가 흘러 내리던 어느 날
영숙의 첫사랑은 몸에 붙은 딱지를 보여 주며 지옥을 경험 하게 하였다
일차선 도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구지를 타고 달렸다
온 몸에 질척거리던 진흙더미의 맛사지가 끝났다고 생각하며 흰구름 위를 걸어 다니던 어느 날 아침
4차선 도로 앞에 서 있었다
꿈인가 두 볼을 꼬집어 보았지만 아팠다
아하. 생시구나
건물도 도로도 주위도 모두 새로웠다
심장이 내 몸에 존재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영숙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둑 둑 타자기를 쳐 보았고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결재라는 것도 해보았다
그렇게 사차선 도로의 주행은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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