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관 사이로 흘러 나오는 바람이 사연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시아버님을 떠나 보내고 장지에서 돌아와 아버님댁에 모인 5남매, 잠시 떠난 꿈속에 찾아와 나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 누구일까 누군가 나를 급하게 깨우고 있었다 천천히 춤을 추는 두팔과 움직여 보는 두다리 10개의 다리를 다 피지 못할만큼 좁은 방에선 팔과 팔이 대각선으로 만나고 두다리가 직선으로 도형을 그리고 있었다 눈만 꿈뻑이다 정신을 차린 영숙은 오동나무관 사이로 탈출하여 애처럽게 바라보는 시선과 마추치고선 그 때서야 투닥 투닥 거리는 팔과 다리를 진정시키고 모두는 동서남북으로 각자의 길을 갔다 그렇게 영숙의 한 팔이 영원히 잘려 나갔다 뱃속의 아이는 꾸물거리며 영숙을 응원한다"엄마 힘내"라고 하면서 함께였지만 단 한 번도 함께인적이 없는 영숙의 남편은 다시 본인의 새장으로 날아갔다 직원들과의 오랜만의 조우 모두들 고생했다며 등을 두드려준다 여전히 사무장의 눈길은 차갑다 이젠 먼나라 사람이 되어 버린 사무장이다 무슨 말을 하든 나의 나랏말이 아니면 난 알아듣지 못한다 윙 윙 한마리 파리가 눈 앞에서 나의 사랑을 갈구하며 우는 모습이 추잡할 뿐이다 자작나무숲의 철제침대엔 영숙과 함께 동거하는 동생 그리고 아침에 퇴근하는 어떤 남자 하나뿐이다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무거운 몸을 들어 올린 영숙은 하얀 알멩이를 목욕 시켜서 대령하고 동생이 자는 방의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횡단보도앞 이곳을 지나야 한다 목숨줄을 이어가려면 그 날처럼 초록비가 내리려나 보나 신호등은 노란색으로 막 달리려는 참이다 " 그동안 잘있었어." 요물은 또다시 영숙에게 다가와 비열한 웃음을 짓는다 초록비를 내리려는 구름사이로 오동나무관에서 빠져 나간 바람이 요물의 꼬리를 잡아 당긴다
새롭게 생긴 바람이라는 친구
생각지도 못한 아군을 만났다 요물에게 꼼작없이 끌려 다니던 영숙에게 오동나무에서 나온 바람은 아군이었다 영숙에게 다가오는 요물의 꼬리를 잡아 당기니 말이다 혀는 입 밖에서 흥얼거린다 머리카락 한 올만큼도 사연이 없던 수원바닥에서 영숙을 편들어 주는 이가 생겼으니 이름하여 바람이다 어디든 함께 할 수 있음이다 열쇠로 문을 잠가도 층 높은 빌딩도 항상 함께 할 수 있다 갑자기 해일이 몰아친다 바람보다 더 센 폭풍이 몰아친다 거대한 몸 짓으로 바람을 끌어 당긴다 가버리면 어떻게 하나 철제침상과 한 몸이 되어 부들 부들 떠는 영숙에게 뱃속의 아이는 어김없이 말을 걸어 온다 " 엄마 괜찮아 " 터지는 눈물 넌 어떤 아이일까 남자일까 여자일까 하나부터 열까지 안아주는 것 보면 여자아이일 것 같기도 하다가도 거대한 발짓을 보면 용감무쌍한 남자일 것도 같다 아이가 뱃속에 자리 잡는 순간부터 바깥 살림을 시작한 남자는 여전히 자작나무 밖에서 방황중이다 아직은 횡단 보도를 건너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다 사무실의 괴기스러운 삼각형 모양의 도형들은 여전히 키가 쑥 쑥 커간다 나는 끝내 술은 입에 대지 않았고 세상의 못된 짓이라 명명 하는 짓들은 다 하던 사무장은 다른 것으로 가버렸고 새로운 리더의 책상이 마련 되었다 이들은 출근은 있으나 퇴근이 없었고 행여 먼저 퇴근 하는 날은 다음날 근무가 지옥이었다 또 다른 지옥시작 된 것이다 이것이 공직사회인줄 알았다면 더운 여름 육수로 목욕을 하면서 하얀종이를 까만글씨로 채웠을까 하지만 이 또한 먹고 사는일이다" 야 시발 나도 안먹었는데 누가 먼저 쳐 먹은거야" 2층에서 그림 놀이 중인 동장을 기다리지 못하고 나머지 직원들이 도착한 짜장면이 불어 터지니 먼저 먹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동장과 사무장은 한바탕 남북전쟁을 치르고 우린 힘 없는 구경꾼이 되었다 꿈뻑이는 눈커플 사이로 어미의 얼굴을 강타하는 아비의 주먹이 보인다 어미는 무사할까 그동안 몆날이나 폭행을 당했을까 내가 없으니 말려줄 사람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당했을 어미 생각에 얼음조각이 되어 버렸다 울리는 전화 소리"엄마 별일 없지""그래 난 아무일 없다 동생들 때문에 니가 고생허지""아니야 끈어"다행이다 오늘은 아직인가 보다 날아 다니던 짜장면 그릇들이 정리 되고 질펀한 바닥의 청소도 끝나고 죽여 버리겠다고 서로를 향해서 괴성을 지르던 두 남자도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동굴속 쑥더미가 가재 걸음으로 다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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