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agent: * Allow:/ 100-43 놋끈으로 목을 메고 하직 인사를 한다면서 나를 찾는 사람
본문 바로가기

팔차선 도로를 이탈하였다

100-43 놋끈으로 목을 메고 하직 인사를 한다면서 나를 찾는 사람

반응형

놋끈으로 목을 메고 하직 인사를 한다면서 나를 찾는 사람

발령에 의해 동을 떠나온 지 일년이 지났다 층층시하 어른들을 모시고 있으니 동보다는 출근이 빠르다 아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사무실에서 전화가 불이 난다 무슨일인가 특별히 사고 칠 민원은 없는데 생각의 고리가 꼬리를 물고 도너츠를 만들어 가고 있을즈음 도착한 사무실  " 주사님 우산동 임철수씨가 주사님 안오시면 자살한다고 자살 소동을 벌리고 있데요" " 아니 뭔일이래여 동에 사회복지사들 많은데 왜 나만 사랑할까요 갑시다" 남자직원과 부지런히 도착한 영구임대 아파트 동에서 나온 신규 직원은 얼굴이 하얗다 못해 회색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인간은 왜 사는가 인간이기에 외롭고 인간이기에 고독하고 인간이기에 고통스럽다 그럴때 손 한번 잡아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잡아준 따스한 온기로 한참을 살아간다 나를 기다리며 목을 메었던 사람은 78세 노인 아마도 아직은 사회복지가 서툰 동사무소 직원들이 잡아주는 손이 온기가 부족했나 보다 " 선생님 나 선생님 보고 죽을 라고 이렇게 목메달았소 인제 선생님 보았으니 죽어도 한이 없소" " 왜 그러세요 아버님 이리 와 앉아 보세요 술드셨어요" " 애들 엄마가 왔다가 갔어 나하고 같아 살고 싶어 하는데 내가 사는 것이 이러니까 답을 해줄 수가 없어, 차라리 죽는 것이 낫제" " 그러지 마세요 술 그만 드시고 차분히 생각해 보세요" " 예쁜나이에 넝마하는 나한테 시집와서 고운사람이 참 못되게 되부럿소,다 내 죄제 사실은 애들 어려서 애들 두고 도망 가브럿어 다른 놈 만나서 내가 자식 둘을 동네에서 동냉젓으로 키웠제" 노인의 사연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6.25로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크다가 18살이 되어 고아원에서 나와서 먹고 살길이 없어 넝마를 하고 자살 시도를 수 도 없이 하고 - 뱃가죽과 팔목에 그은 칼자국이 선명하다- 그래도 모진 것이 목숨이라 쉽게 안죽더란다 하모니카를 꺼내서 섬집아이를 부르시며 눈물을 흘리신다 누구에게는 넘치는 인생이 누구에게는 실낱 같은 희망도 찾을 수가 없다 신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고 저 노인이 세상에 태어난 사명이 무엇이란 말인가 혹자는 말한다 누구나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저 노인이 태어난 이유는 비극적인 삶을 알려주려고 태어났을까 한 순간도 편안함이 없었을 것 같은 노인 위아래 하얀양복에 백구두를 신고 흰모자를 쓰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노인 그 노인이 세상을 하직하려고 베란다 창살에 놋끈을 묶어 목에 걸은 것이다 오전 시간을 노인에게 모두 다 쓰고 돌아오는 차안이 무겁다 오늘 난 이 노인 때문에 일어난 것일까 한 송이 꽃도 피어날 때는 이유가 있다는데 내가 오늘 죽지 않고 부활한 것은 노인은 살리기 위함인가 보다 허허허 웃는 입속에서 세상이 빠져 나간다 당신이 계신 세상은 편안한가요 사무실로 드러오니 과장이 난리다 언제까지 민원들 다 처리할거냐고 그러다 쓰러지면 어쩌냐고 걱정아 태산인 것처럼 보인다 진심일까 발꾸락 사이에서 꼼지락 대는 요물이 눈을 흘긴다 거짓이다는 말이다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속이다 머리카락 수를 세어 나야겠다 어느순간 내 머리카락에 손을 댈지 모르니까 누군가는 나의 호흡하는 수도 세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걸을 수도 제자리에 멈출 수도 없는 인생  오늘밤 목련꽃이 피어날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