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글을 쓰는가
촛불 끝날 것 같지 않은 터널에서 만나는 촛불 하나 난 촛불이 첫 사랑이길 언제나 바랬다 늘 하늘을 바라보았고 목련이 피는 것을 목련이 지는 것을 숨어서 지켜 보았다 첫사랑이길 바라면서 두 손도 모으고 정안수 떠놓고 두 발도 깨끗이 씻고 정갈한 몸으로 밤마다 잠들지 않고 기다렸다 태양과 함께 진한 싸움이 끝나면 늘 정갈한 몸으로 널 기다렸다 정갈한 몸으로 오지 않았다 단 한순간도 어쩌다 꿈속에 다녀갈 땐 늘 그 때처럼 웃고 있었다 그리곤 그 때처럼 가버렸다 날 두고 이 험한 세상에 날 두고 가버렸다 숨이 턱턱 막히는 세상 신이 나에게 준 촛불은 연필 한 자루 가슴이 터지고 심장이 반으로 갈라져 날라가 버리는 날이면 어김 없이 두 번째 세 번째 손가락 사이에 연필 한자루가 들어와 앉아 있다 한참을 세상을 육두문자를 쓰고 유행가를 부르고 그리운 당신의 이름을 천만 번 쯤 쓰고 나면 어느새 아침이다 일어나 앉은 자리가 허전하다 지난밤 어느때인가 다녀갔을텐데 잠들지 않았으면 만날 수 있었을텐데 목련꽃 향기가 진동을 한다 살갖을 찢는 듯한 냉수로 세수를 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 온다 사거리 신호등은 오늘도 노란색을 깜박이며 날 기다릴 것이다 대머리 아저씨는 오늘도 바쁘게 걸러 가겠지 반쯤 지워진 그사람의 이름이 애닯프다
사랑은 늘 나를 살게 한다
사랑은 늘 나를 죽게 한다
살아도 죽어도 사랑만이 사랑이다
당신 오늘이 힘들거든 주머니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사랑을 꺼내보라
그 사랑이 당신에게 산소호흡기가 되어 줄 것이다
살자 그래도 살자
지독하게 살아 남자 반쯤 지워진 이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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