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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의 포대기/박지수
긴 숨을 내쉰다
무의식의 의식의 상황속에서 엄니를 부르신다
엄니... 엄니.....
3남 1녀의 둘째로 태어나 조실부모 하시고
단명하신 형이 남겨둔 형수와 8남매의 조카
일찍 가버린 동생의 처와 그 자식들까지
모두를 안으며 거북이 등짝이 되도록
살아오신 나의 아버지
40개가 넘는 고개를 넘는 동안
당신이 낳은 자식들에게
평생에 사랑한다
한마디 뱉지 못하시고
당신이 낳은 자식들에게
평생에 한번 용돈이라고
쥐어 주지 못하시고
120개 작은 자락 당신 손으로 덮어 주지도 못한 체
그저 그 자리를 지키신 나의 아버지
많이 아주 많이 힘이 들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을 땐
둔탁한 막걸리 한잔 심장에 밀어 넣고
홀로 속울음을 삼키시던 나의 아버지
얼마나 부르셨을까
얼마나 부르셨을까
엄니... 엄니...
생의 마지막 언덕에서 다시 부른다
내 아버지가 부른 그 엄니는
거친 모래밭 같은 아버지의 등딱지를
부드럽게 안아 주셨으리라
내 아버지 가는 마지막 언덕에서
아버지의 엄니가 포대기를 들고
손 흔들며 기다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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