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맞닥뜨린 도전과 기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입니다. 나이라는 벽 앞에서도 멈추지 않고 배움을 이어가며 제2의 사회 초년생으로 겪는 어려움과 그 속에서 발견한 의미를 나누고자 합니다. 열정만 있다면 퇴직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음을 경험을 통해 전합니다.
1.다시 시작하는 삶, 그 설렘과 두려움
회사 문을 마지막으로 나서던 날, 제 마음은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30여 년간 한 직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던 삶에서 벗어나 이제는 온전히 제 의지로 만들어가는 삶이 시작된다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동시에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함께였습니다.
퇴직 전 세웠던 계획들은 참 거창했습니다. 평소 관심 있던 웹 개발을 배워 프리랜서로 일하기, 외국어 공부를 더 해서 번역 일을 하기, 취미로만 즐기던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기... 이렇게 다양한 '버킷리스트'를 가슴에 품고 퇴직을 맞이했습니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이 말은 제가 퇴직식에서 후배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당시에는 저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말이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이 아닌 시작, 하지만 그 시작이 얼마나 험난한지는 막상 부딪혀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2.나이라는 벽 앞에서
퇴직 후 가장 먼저 부딪힌 현실은 '나이'라는 벽이었습니다. IT 관련 강의를 듣기 위해 처음 학원을 찾았을 때, 주변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강사조차 저보다 20살은 어려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함과 위축감이 밀려왔습니다. '내가 과연 여기에 어울릴 수 있을까?', '이 나이에 새로운 것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습니다.
면접장에서 들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경력이 좋으시고 역량도 충분하신데, 저희가 원하는 것은 좀 더... 젊은 인재입니다." 정중하게 말했지만, 결국 '당신은 나이가 많다'는 거절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나이 때문에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고 분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기업들이 젊은 인재를 선호하는 데는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현실에 좌절하기보다 내가 가진 강점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었습니다.
풍부한 경험, 안정된 판단력, 깊은 통찰력 - 이것들은 젊은이들이 가질 수 없는 우리만의 무기입니다. 이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진로를 조정했습니다. 젊은 개발자와 경쟁하기보다는, 경험이 필요한 컨설팅이나 프로젝트 관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3.다시 사회 초년생이 된다는 것
퇴직 전 저는 부서의 중역으로 많은 결정권과 책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지금, 저는 다시 가장 낮은 위치에서 시작해야 했습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초보자'가 된 것입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코드를 배우는 시간은 종종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한 번만 들어도 이해했던 내용을, 지금은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야 했습니다.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더 느리게 움직였고,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노트에 개념을 정리하고, 유튜브 강의를 반복해서 보며, 어려울 때면 젊은 동료들에게 질문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곧 어린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퇴직 후 제가 들었던 첫 교육에서 강사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이 종종 가장 열심히 하시고, 가장 많은 질문을 하십니다. 그 열정이 결국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4.새로운 도전의 기쁨과 고통
6개월간의 교육과 연습 끝에 드디어 작은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20대 시절 처음 업무를 맡았을 때와 비슷한 설렘과 부담감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누군가는 웃을지 모르지만, 첫 프로젝트비를 받았을 때의 그 기쁨은 마치 첫 월급을 받았을 때처럼 특별했습니다.
모든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몸은 예전 같지 않아서 밤을 새워 작업하고 나면 다음 날 온종일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제 배운 것이 오늘은 이미 구식이 되는 IT 분야의 특성상, 끊임없이 공부해야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경제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수입이 갑자기 끊기면서 생활 패턴을 조정해야 했고, 새로운 분야에서는 이전만큼의 보수를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가족들의 이해와 지지가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5.같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을 사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난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 이 말은 제 퇴직 후 생활을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입니다. 퇴직이라는 상황은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이후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는 온전히 제 선택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일은 때로는 고단하지만 그만큼 보람찼습니다. 젊었을 때는 몰랐던, '배움' 자체의 즐거움을 이제야 느끼게 된 것도 큰 수확입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퇴직 후 깨달은 중요한 교훈 중 하나입니다. 젊었을 때는 항상 남보다 빨리 가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찾는 과정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6.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아직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퇴직 후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열정이 있다면 퇴직을 앞당기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시작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제2의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아갈 계획이 있다면, 너무 늦기 전에 도전하세요.
둘째, 자격증과 스펙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경험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IT 분야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으면 나이를 넘어선 기회가 열립니다.
셋째,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들에게 배울 것이 많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가진 경험과 지혜도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경제적인 준비는 필수입니다. 적어도 1-2년간 안정적인 수입 없이도 생활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운 분야에서 자리 잡기까지는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믿으세요. 수십 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험과 지혜는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그것을 새로운 분야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젊은 세대와는 다른 독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퇴직,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퇴직 후 3년, 돌아보니 이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가장 성장한 시기였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불확실한 미래로 뛰어든다는 것은 분명 두려운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과 자아는 그 어떤 직장 생활에서도 얻지 못했던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나이는 분명 현실적인 제약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가능성과 열정까지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나이와 함께 쌓인 경험과 지혜는 젊은 세대가 가질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은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차고 행복합니다. 퇴직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 인생의 2막이 1막보다 더 풍요롭고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퇴직 후 인생도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고 새로운 열정을 원동력 삼아 또 다른 멋진 여정을 시작하세요. 그 길에서 만나는 도전과 좌절도 분명 여러분을 더 단단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퇴직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온전히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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