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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기

수술, 정기검진, 다시 일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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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다녀온 후, 마음의 무게

급성심근경색 수술 후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에 다녀온 날, 마주한 우울함과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된 날이 다가오면,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집니다. 3개월마다 찾아오는 정기검진 날짜는 내게 단순한 병원 방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지난해 5월, 갑작스럽게 찾아온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해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 비로소 나를 위한 삶을 꿈꾸었던 시간, 그 기대와 설렘이 채 꽃피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모든 계획이 무너졌습니다. 이제는 매일 한 줌의 약을 삼키며 살아가는 일상, 그리고 3개월마다 찾아오는 병원 방문은 내게 깊은 자괴감과 우울함을 안겨줍니다.

 

1. 병원을 다녀온 날의 무거움

어제는 정기검진이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무거운 마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병원에 가면 늘 듣게 되는 의사의 말들, 변함없는 약 처방, 그리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합니다"라는 무거운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여 늘 그렇듯 접수를 하고, 기다리고, 검사를 받고, 다시 기다리는 과정이 반복되었습니다. 백색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은 변함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제 상태를 설명했고, 약 처방전을 건넸습니다. 모든 것이 3개월 전과 같았고, 아마 3개월 후에도 같을 것입니다. 이 변함없는 일상의 무게가 때로는 가장 견디기 어렵게 느껴집니다.

2.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마음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들어올까 생각했지만, 마음은 이미 집으로 향했습니다. 운전대를 집으로 돌리며 딸을 위한 간식거리를 샀습니다. 그렇게라도 내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우고 싶었을까요? 딸과 함께 간식을 나누며 잠시 웃었지만, 내 마음 깊은 곳의 우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인간의 삶일까?" 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퇴직 후 드디어 나를 위한 삶을 살고자 했던 시기에 찾아온 질병은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현실, 언제 또 발작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내 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실감까지.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몸도 마음도 그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그날의 나는 모든 일을 뒤로 한 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우울함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면서.

3. 나를 지키는 이유와 의미 찾기

"나를 바라보는 자식들이 있기에 살아가야겠지."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자식을 위해 사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지만, 동시에 "내 인생인데 누구 때문에 사는 건 싫다"는 마음도 솔직히 있습니다. 이런 모순된 감정 속에서 때로는 길을 잃곤 합니다.

하지만 점차 깨닫게 됩니다. 가족을 위해 사는 것과 나를 위해 사는 것이 반드시 분리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요. 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가족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의 존재가 내게 삶의 의미와 용기를 주는 원천이 된다는 것을.

4. 무쇠같은 부모도 아픈 사람임을

우리 자녀들에게 부모는 종종 무쇠처럼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특히 우리 세대의 부모들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것이 자녀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나도 아프고 힘들고 때로는 무너질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렇게 병원에 다녀온 후의 우울함과 슬픔을 나누는 것도, 어쩌면 완벽하지 않은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엄마도, 아빠도 강한 존재이기 이전에 아픔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아픔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삶을 이어가는 모습이 진정한 강함일 수 있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결론

어제 병원에 다녀온 후, 깊은 우울함에 잠시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그 감정을 피하지 않고 인정하고, 그 마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급성심근경색 이후의 삶은 분명 이전과 다릅니다. 그러나 다르다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제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이 삶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매일 먹는 약이 때로는 짐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또한 내가 여전히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질병은 내게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삶의 소중함, 작은 행복의 의미, 그리고 약해 보이는 것이 때로는 가장 강한 것일 수 있다는 역설을. 나와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약해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내일의 태양은 오늘과 다르지 않게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 태양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병원에 다녀온 후 우울함에 잠겼지만, 그 감정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 마음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해볼 것입니다.

퇴직 후의 삶, 질병과 함께하는 삶은 분명 도전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닙니다.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 그리고 무쇠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많은 고민과 아픔을 안고 사는 모든 부모님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약해지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오늘의 우울함이 내일의 희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내일의 태양은 분명 우리 모두를 위해 뜰 것입니다.

이 글이 실의에 빠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그리고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함께 치유되어 갑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글을 쓰고, 읽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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