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
독일의 도시들에는 시민들이 직접 가꾸는 작은 정원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텃밭을 넘어 도시 생태계의 중요한 부분이자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때 한국에서도 이 모델을 도입하려 했으나, 양국의 도시 개발 철학과 토지 이용에 대한 관점 차이로 다른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도심 한복판 '노른자 땅'에 아파트 대신 시민들을 위한 텃밭을 유지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도시 텃밭이 개발 논리에 밀려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나라의 도시 텃밭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도시의 모습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 클라인가르텐: 독일의 도시 속 작은 정원
클라인가르텐의 모습과 의미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카를스루에는 인구 30만 명이 사는 도시입니다. 이 도시의 라인강변에는 '라인슈트란트지들룽' 클라인가르텐 단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은 정원'이란 뜻의 클라인가르텐은 독일의 대표적인 도시 텃밭 문화입니다.
이 단지는 네모반듯한 텃밭 구획 122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구획의 면적은 300㎡(약 90.75평)입니다. 노르베르트와 같은 텃밭 회원들은 양파, 비트, 딸기, 상추 등을 재배합니다. 독일 연방 클라인가르텐법(BKleingG)에 따라 재배 공간은 전체 면적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합니다. 나머지 공간에는 오두막, 벤치, 수도, 작은 나무 등을 설치할 수 있지만, 오두막에서 거주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 사회적 약자를 위한 휴식 공간
클라인가르텐은 아파트 등 다세대주택에 거주해 정원이 없는 시민들이 주로 신청하는데, 특히 고령층이나 장애인, 이주민 가족에게 우선권이 주어집니다. 노르베르트는 "은퇴하고 시간이 많아 텃밭을 가꾸고 있으며, 95세 어머니도 이곳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텃밭 회원이 되면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무기한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임차료와 회비, 수도·전기 요금 등을 포함해 1년에 약 370유로(58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 클라인가르텐의 역사와 의미
클라인가르텐은 19세기 독일의 의사 모리츠 슈레버가 도시 빈민층 환자들에게 "맑은 공기와 햇빛을 충분히 쐬고 신선한 채소를 먹으라"고 권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1·2차 세계대전 때는 도시에 감자와 채소를 공급하는 농지로 활용되었습니다.
현재는 사회적 약자들의 텃밭이자 도시민들의 휴식처, 열섬 현상을 막는 녹지의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카를스루에시 녹지관리국에 따르면 '라인슈트란트지들룽' 단지는 도시의 '칼트루프트라이트반(냉기 이동로)'으로, 도시 외곽의 차갑고 깨끗한 공기를 도심으로 들여보내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 도시 생활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클라인가르텐
독일 연방법은 클라인가르텐을 '공공녹지'로 분류하고, 도시 계획상 폐쇄할 때는 가능한 한 대체 부지를 찾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독일의 도시마다 클라인가르텐 단지가 수십수백 개 조성되었습니다. 대부분 주거지역에서 걸어서 1015분 거리에 위치합니다.
카를스루에에는 지자체와 철도청 소유의 땅에 클라인가르텐 단지가 99개 있으며, 전체 면적은 309㏊(93만4725평), 임차 가능한 구획 수는 8890개에 달합니다. 2022년 기준 카를스루에 총가구(17만2687가구) 중 약 5.51%가 텃밭을 분양받았습니다. 수도 베를린에는 클라인가르텐 단지가 864개(총 면적 2984㏊), 임차 가능한 텃밭 구획 수는 7만659개에 이릅니다.
단지마다 임차받은 주민들이 협회를 만들어 해당 단지의 규칙을 정하고 비영리로 운영합니다. 이들 협회가 모여 시·주·연방 조직을 구성합니다. 카를스루에시 클라인가르텐협회(BVKA) 전 회장 알프레드 뤼튼은 "텃밭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카를스루에에서만 5600명의 대기자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 한국의 도시 텃밭: 개발 논리에 밀린 녹색 공간
한국에 수입된 클라인가르텐 모델
한국에도 클라인가르텐 모델이 수입되었습니다. 2011년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과정에서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이 주요 참고 사례로 활용되었습니다. 당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독일 현장을 견학한 후, 도시 텃밭 조성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한국형 클라인가르텐은 도시 안에 소규모 텃밭을 조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촌 마을에 도시민들이 1년 이상 머물 수 있는 2층 주택과 텃밭을 만드는 '체재형 주말농장'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 사라져가는 도시 텃밭
경기도가 한국형 클라인가르텐이라고 소개한 '체재형 주말농장'은 양평, 가평 등에 조성되었지만, 대부분 실패로 귀결되었습니다. 양평의 한 마을 이장은 "마을 새마을회가 소유권을 갖고 주말농장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잘 안 됐다. 주택은 비어 있는 경우가 더 많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리비가 엄청난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도권에서도 도시 텃밭 수요는 높지만, 도시 내에 경작 가능한 공간은 많지 않습니다. 서울 강서구와 인접한 경기 부천에는 한때 시에서 운영하는 3개의 도시 텃밭 단지가 있었지만, 한 곳은 아파트단지 개발로 2021년에 사라졌고, 또 다른 한 곳도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김포공항 인근의 부천 대장동은 현재 3기 신도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보존 노력과 시사점
시민들의 보존 운동과 성과
카를스루에에서도 2017년 '2030년 토지이용계획(FNP 2030)'에 '대형 클라인가르텐 단지 3곳을 주거 지역으로 개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텃밭 회원들이 '단지 보존을 위한 청원'을 시작했고, 시민들의 지지가 이어져 결국 해당 계획안에서 클라인가르텐 개발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이후 카를스루에시에는 '클라인가르텐 자문위원단'이 공식 발족했고, 2020년에는 '클라인가르텐 확대 계획(KEP)'을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에는 '기존 클라인가르텐 부지는 원칙적으로 보존하고 추가 부지를 발굴해 단지를 확장한다. 이전이 필요한 경우, 가급적 기존 입지 근처에서 대체 부지를 확보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알프레드 뤼튼은 "클라인가르텐이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내 생물 다양성을 확대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에 대해 시민들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특히 환경과 기후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클라인가르텐 보존을 위한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 더 열린 공간으로 진화하는 클라인가르텐
최근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은 더욱 개방적인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텃밭에 벌통을 들이고, 사라져 가는 토종 종자를 보존하며, 텃밭 구획을 나누는 울타리를 없애고 산책로를 넓히는 등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라인슈트란트지들룽 단지에서 텃밭을 가꾸는 콘스탄체 코흐는 "예전엔 울타리가 있었지만, 그걸 없애고 나니 이웃 간 벽도 함께 사라진 것 같아요. 사람들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죠"라고 말했습니다.
🤔 함께 생각해볼 점
독일의 클라인가르텐과 한국의 도시 텃밭 사례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도시 속 녹지 공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단기적인 개발 이익과 장기적인 환경적,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은 어디에 있을까요?
독일에서는 도심 '노른자 땅'에도 시민들을 위한 텃밭을 유지하고, 심지어 확장까지 계획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개발 논리에 밀려 도시 텃밭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형 클라인가르텐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장소의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운영 방식과 철학의 차이였을까요?
도시 속 작은 텃밭은 단순한 경작지가 아닌,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사례를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도시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입니다.
'하루 속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5년 종합소득세 신고, 기부제 세액공제까지 놓치지 마세요! 🌟 (8) | 2025.05.17 |
---|---|
⚾ KBO 다승왕 출신 데이비드 뷰캐넌, 메이저리그 꿈 접고 대만 무대로... (3) | 2025.05.17 |
⚾ 한화의 26년 만의 10연승! 김경문 감독이 말하는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감과 팀 분위기 (1) | 2025.05.15 |
📈 미중 관세 타결로 웃음 찾은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승부수 (4) | 2025.05.14 |
📊 2차전지 업계, 대규모 자금조달로 인한 투자 심리 변화 (1) | 2025.05.14 |